[시론] 글로벌 패권 시대 '통상 선진국' 되려면 …

입력 2022-03-29 17:24   수정 2022-03-30 00:05

최근 급변하는 국제 통상 여건이 심상치 않다. 국제 경기 침체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와중에 미·중 패권 경쟁이 점차 고착화하면서 통상정책은 국제정치, 안보, 환경·에너지, 기술, 심지어 인권 문제까지 연결고리가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보호무역주의 확산,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자원 무기화도 날로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방형 통상전략 추진을 통해 반세기 만에 세계 8위 무역 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으로서는 이런 통상 여건의 급변과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의 운용에 커다란 부담 요인이다. 통상 여건 변화의 파도를 넘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통상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통상정책의 기획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소관 부처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통상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 통상정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서는 통상 기획, 통상 교섭, 국내 대책 등 삼박자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과거 소위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보다 많은 국가와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통상정책 기본 방향이었고, 통상 교섭이 통상정책의 중심에 있었다.

지금 사정은 사뭇 다르다. 여러 국가가 과거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자유무역 기조를 버리고 경쟁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강화하는 소위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새로운 통상 의제가 속출하고 있다. 통상 여건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통상정책의 두뇌인 기획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통상교섭은 이를 실현하는 손발이 돼야 한다.

현재 통상 관련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한창인데, 통상 기능의 단순한 부처 이동으로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보다는 미래 통상정책의 방향 및 추진체계에 대한 더 근본적이고 생산적인 담론이 우선시돼야 하고 통상정책 추진체계도 이에 기반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

둘째,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포용성 높은 통상정책의 비전 수립 및 시행이 필요하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급선회한 가장 큰 배경은 중산층 소득 정체, 소득 불평등 확대로 국민의 불만이 쌓여온 데 있다. 물론 소득 불평등 확대는 자유무역보다는 기술 변화의 편향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도 공평한 분배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는 앞으로 통상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국내 형평성과 글로벌 포용성에 기반을 둔 통상정책 비전을 재정립하고 이를 통해 성장과 분배 간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통상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셋째, 급변하는 통상환경 속에서 다양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정부와 기업 간의 더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디지털 전환, 첨단 소재·부품·장비 개발, 탄소중립 등은 앞으로 세계경제를 바꿀 중요한 통상 이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미래를 효과적으로 준비한다면 우리나라가 새로운 통상 질서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경제 전반의 운용에서 순수출 기여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 통상은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국가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글로벌 패권 경쟁시대에 세계의 흐름을 먼저 읽고 움직이는 ‘적극적인 통상’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현명한 토끼는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굴을 세 개는 가지고 산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나라가 통상 소프트파워를 바탕으로 세계가 공감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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